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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춥습니다.안녕들하십니까?

인생의피톤치드 2013. 12. 20. 00:30

영하로 떨어진 추운날씨입니다

오늘도 인터넷에서 주문한 물건이 택배로 왔습니다
따뜻한 사무실에서 나에게 택배상자를 건넨 그 청년은 추운날씨지만 비교적 가벼운 옷차림이었습니다

'춥지 않은걸까?'

하루종일 층층을 뛰어다니고 무거운 상자를 옮기려면 춥지 않을법도 합니다
어쩌면 추운데도 뚱뚱한 파카를 입으면 상자를 많이 들 수 없기에, 춥지만 저렇게 입은 것 같기도 합니다
며칠 후 엘레베이터를 같이 타게 되었지만 물어볼 입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는 내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일주일에도 2~3개의 택배는 오기 때문에,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외치는

"OO씨 택배왔습니다~!" 란 말도 하지않고 조용히 내 자리에 올려놓고 갈 정도니까요.

그렇지만 그와 나 사이엔 표현하기 힘든 벽이 있습니다. 아마도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라는 서로의
사회적, 직업적 차이에서 생긴 서로간의 부끄러운 벽인 것 같습니다

나는 택배를 받으며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등학교에서 배운것 처럼 4계절이 뚜렷한 나라가 아닙니다.
일년중 대부분이 덥거나 춥습니다
나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덥고 추운 밖에서 일하는 그 아저씨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법니다

그것이 미안합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 그 보다 편하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되었을까요?

일단, 학업성적이 좋았습니다
이 말은 머리가 보통사람보다 좋았고,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집안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능력위주의 사회에서 퀄리티 높은, 즉 돈을 더 벌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나와 그가 같은 선상에서 공부를 시작했는지, 그렇지 않다면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렇지 못한 자들을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 우리 사회구성원이 사회에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자기 노동의 댓가를 올바르게 받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에게 선뜻 말을 못건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때론 밤늦게까지, 눈이 오나 비가오나 무거운 상자를 배달해주고 받는 노동의 댓가는 충분하지 않다. 게다가 배송사고라도 나면 책임을 면하기 힘듭니다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대기업 택배회사의 용역으로 일하기 때문에, 몸이 아파도 쉴 수 없고 복리후생따위는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택배단가는 택배사용자에게 혜택을 준다. 적정단가야 계산하기 힘들겠지만,
적어도 내가 그에게 미안하지 않고, 선뜻 얘기를 건낼 수 있는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요?

단언컨데(^^) 난 택배비를 더 낼 용의가 있습니다. 그 상승분이 최소한 택배회사가 아니라 그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면 말입니다.

내 양심을 믿을 수 없지만, 최소한 그 미안한 만큼의 금액이 내가 그의 노동의 댓가를 편취하는 것입니다.

택배 뿐만이 아닙니다. 불안정한 고용으로 적은 임금에도 일하시는 청소아주머니, 식당종업원, 편의점 알바 등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나에게 간접적으로 노동의 댓가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그 들이 적은 임금으로 일해주지 않으면 나는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파이를 나누기 보다 키우는게 먼저라는 의견은 가진자 들과 자신이 많이 가졌다고 생각하는 자들입니다

멀리 아프리카까지 갈 필요도 없이, 우리 주위에도 폐지주워 하루하루 살아가시는 어르신들이 흔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 들은 왜 손주들 재롱을 보며 하나뿐인 인생을 정리할 나이에 차가운 거리로 내몰리는가?
젊을 때 열심히 살지 않아서? 공부하지 않아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살았을겁니다.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며,
그 들의 공로는 전쟁후 폐허인 나라를 현재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독재자 한두명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닙니다. 확실합니다. 그 들의 희생위에 현재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나눠야 할 시점입니다.
파이가 아무리 커져봤자, 가진자들의 힘만 더 강해질 뿐, 나누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치열하게 살아서 많은 것을 누리 싶은 사람도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아 적게 누리고 싶은 사람도,

최소한 자신의 노동의 댓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전국각지에서 수 많은 촛불들이 켜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린 할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미안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서로의 안녕을 묻지 않아도 모두가 안녕한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